비 이야기
장지원
우리가 가는 길에는 꽃비만 내리는 게 아니다
싫은 사람 빨리 가라고 내리는 가랑비
좋은 임 더 묵으라고 내리는 이슬비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내리는 장대비
덥고도 질리게 내리는 장맛비
미친 인간 성질 같이 퍼붓는 폭우
정도 없이 놈 년이 질퍽이는 진눈깨비
꽃비 내리는 날
하늘에 걸리는 무지개를 보며 좋아하고
소낙비 내릴 때는 잠시 피하고 보면
‘비 온 뒤에 굳어지는 땅’
우리들 삶의 동력이 물이라면, 비는 좋은 축복이어라
그 옛날 비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그날은, 조물주가 ‘인간을 만드신 일을 한탄하셨다’ 했다
하늘의 창이 열리고
땅의 샘들이 터졌던 ‘노아의 대홍수’가 그 이야기이다
세상의 마지막 때를 알리는 소리[유성우 ‧ 우박 ‧ 지진] 가 몇 가지 있다.
마지막 신의 진노가 있을 비의 이야기이다
하얗게 탄 한줌의 재가 되기까지
그날, 이 땅에 불비가 내릴 게다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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