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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비 이야기/시 장지원

노파 2017. 11. 23. 10:05

비 이야기

장지원

 

 

우리가 가는 길에는 꽃비만 내리는 게 아니다

싫은 사람 빨리 가라고 내리는 가랑비

좋은 임 더 묵으라고 내리는 이슬비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내리는 장대비

덥고도 질리게 내리는 장맛비

미친 인간 성질 같이 퍼붓는 폭우

정도 없이 놈 년이 질퍽이는 진눈깨비

 

꽃비 내리는 날

하늘에 걸리는 무지개를 보며 좋아하고

소낙비 내릴 때는 잠시 피하고 보면

비 온 뒤에 굳어지는 땅

우리들 삶의 동력이 물이라면, 비는 좋은 축복이어라

 

그 옛날 비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그날은, 조물주가 인간을 만드신 일을 한탄하셨다했다

하늘의 창이 열리고

땅의 샘들이 터졌던 노아의 대홍수가 그 이야기이다

 

세상의 마지막 때를 알리는 소리[유성우 우박 지진] 가 몇 가지 있다.

마지막 신의 진노가 있을 비의 이야기이다

하얗게 탄 한줌의 재가 되기까지

그날, 이 땅에 불비가 내릴 게다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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