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장지원
감나무 가지에 홍시가 익는다
홍시를 보며
할배를 생각 한다
할배는 감나무를 심으시며 ‘나는 못 따 먹어도 니들은 먹을 수 있을 꺼다.’ 말씀하시던 할배.
봄이 오면 감나무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시면서, ‘니들도 잔병 치래 하지 말고 감나무 같이 쑥쑥 크거라.’ 하시던 할배.
어느 새 감꽃[배꼽] 떨어지고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애감[손주]을 보고 좋아 하시던 할배.
홀쭉한 배를 약손으로 만지시며, ‘기다리면 좋은 감을 먹을 수 있을 꺼다.’ ‘만사는 기다리면 된다.’고 하시던 할배.
비바람 ‧ 무더위 ‧ 태풍을 잘 견뎌야 좋은 감이 된다고 일러 주시던 할배.
올해도
할배의 홍시를 따면서
시절이
세풍이
허울을 다 벗기고 홍시가 된 할배
겉도 속도 같은 홍시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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