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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마지막 잎새를 지우는 섣달/시 장지원

노파 2017. 12. 4. 05:54

마지막 잎새를 지우는 섣달

장지원

 

 

거북이걸음도

토끼 걸음도 아닌 것이

내 곁을 차고

해 떨어지는 벼랑 끝에서 어슬렁거리는 섣달

 

숱한 날

제 몸에 이는 바람에도

만신창이가 되어

가던 걸음 멈춰 놓고 무슨 작별이라도 하려는 가

 

어제 같은 날이

며칠을 남겨두고

숨통 조이는 게

술 취한 망나니 같아

마지막 한 잎까지 싹 쓸고 그제야 사라지겠지

 

시절이 서러운데도

가던 길 이어 가기 위해

새 달력 걸어

오는 세월을 불러 본다

 

2017.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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