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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기회는 땅으로 다가오는 길/시 장지원

노파 2018. 5. 3. 06:33

기회는 땅으로 다가오는 길

장지원

 

 

갈 수 있다면

고무된 길에서

꿈을 꾸리라

하나의 하늘이어서 좋다

같은 강산이어서 좋다

기회는 땅으로 다가오는 길

 

생소하지 않은 길

이 길은 동심을 깨워

잔잔히 흐르는 시내, 돌다리 건너던 길

멱 감다, 배고프면 찔레 순 꺾어 먹던 풀꽃 피는 길

봄이 오나 싶으면

복숭아 꽃

살구꽃

진달래 활짝 피던 길

버들가지 꺾어 피리 불던 때

그 어릴 때가 흑백 사진 속에서 여태껏 졸고 있는 길

 

철철이 불어오는 바람도

유유히 흘러오는 강물도 무심하던 세월

가슴에 맺힌 한 까지 이제 알아버렸으니

원망도 말자

미워하지도 말자

분단의 그 세월을 내려놓자

곰삭아 허물어지는 휴전선을 보면서 마른 가슴에 찾아오는 봄

 

우리가 더 이상 졸지만 않는다면

일그러진 세월

땀나도록 비벼 보자

사람 냄새로 바뀌는 그 날을 위하여

 

20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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