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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말 말 말의 묵언/시 장지원

노파 2018. 4. 30. 06:25

말 말 말의 묵언

장지원

 

 

그 흔한 대화중에서

자식에게는 그 부모의 흠이나 허물됨을 말 하지 않는 게 좋다

부모에게는 그 자식의 모남이나 비행을 이야기 하지 않는 게 좋다

이미 땅 속에 묻힌 부모라면 이는 부관참시(剖棺斬屍)를 운운하는 말이요

출가해 부모 곁을 떠났어도 늙은이의 수족을 결박하는 말이다

말은 유령 같아

상대의 마음을 흔드는 재주가 있지만

들으면 머리에 돌기가 서기도 하는 게 말이다

그래서 말은 꼬리가 있어서 늘어놓으면 밟히게 되어 있다

말은 되도록 적게 하고, 생각을 많이 해, 말 수를 줄이면 좋다

말의 실수가 없는 사람은 태산처럼 큰 사람이다

말의 실수를 달고 사는 사람은 자잘 구리한 사람이다

술 한 잔 먹었다고, 기분대로, 남의 심성을 건드리지 마라

마음의 울분이 쌓이고, 가슴에 한이 맺혔다고 해서 이웃 마음 다치지 마라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이다

좋은 말은 은쟁반에 금사과라 했다

말 한마디로 천 양 빚도 갚는다.’는 속담도 있다

가려 쓰기 어려우면

그 흔한 말 중에서 침묵은 금이라했으니 시간의 자갈을 물고 묵언하라

 

2018.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