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월의 시인
장지원
사월의 하루가 잔인하다지만
촌스런 심보를 내 지를 때
감당이 안 되는 시인의 가슴에 자상을 내고도
씨물떡 넘어가는 것도 그렇고
태연히 하루를 마무리해야하는 게 일상이 된지 어제오늘이 아닌데
누구를 탓하랴마는
시인의 머리에 녹이 쓸까
글 쓰는 손가락에 파랗게 이끼가 낄까
차라리 흠 많은 공간을 다듬어 주는 시간이 더 소중한 내공인지도 모를 일
잠자는 뇌를 일깨워주는 산새 소리
잡스런 마음을 씻어주는 여울물 소리
산비탈 돌아 갈 때는 바람도 이 길에 글 목이란다
지천에 널린 산약초보다
그 이파리에 맺힌 한 방울의 이슬이 시인의 붓끝을 촉촉이 적셔준다지
이일이 세상에 지탄받을 일인가. 싶으이.
*씨물떡 : 자기가 하고도 하지 아니한 체하거나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체하는 것이라는 의미의 강원도 사투리.
2018.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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