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https://tank153.tistory.com/

노파의문학공간

분류 전체보기 9966

할아버지의 입추 조회

할아버지의 입추 조회 장지원 오늘이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다. 예전 같으면 어김없이 할아버지는 아침 조회를 여셨다. 팔 남매와 이웃에 사는 집안을 모두 참석시키는 아침 식사는 오래만 에 잔치를 연상하는 연례행사이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입추 조회는 조상님들의 선산에 벌초하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시월 시사까지의 날을 받는 일이다. 벌초하는데 필요한 일손도 직접 배정을 하시곤 하셨다. 조상들의 산소는 할아버지에게는 삶의 한 부분이었고, 자손들을 염려하는 가문의 어른으로서의 특별한 신앙이었던 것 같다. 시끌벅적한 아침 식사가 끝나면 바로 조회가 열린다. 할아버지는 조선 말 종구품의 능참봉이란 말직에서 일을 하셨다. 큰아버지는 늘 할아버지의 일을 교과서 가르치듯 말씀하시기 좋아하셔 수 없이 들었던 터라, 기억..

수필 2011.08.10

인간의 본능은 살아 있는 표본이다.

인간의 본능은 살아 있는 표본이다 장지원 인간에게 있어 본능처럼 무서운 게 없다. 먹고 사는 모든 행위가 일차적으로 본능에 의한 자의적인 활동이라 보면 되겠다. 내가 어릴 때의 일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큰길을 질러가는 길을 택하여 걸어가게 되었다. 특별한 일이나 의미가 없이 무작정 험한 논둑길을 택하여 걷고 있었다. 논둑은 높고 험하여 독사나 구렁이가 많이 살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하였다. 어린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한쪽으론 넓은 논의 벼가 자랐고, 다른 한쪽은 벼랑 같은 험한 비탈이어서 몸이 자꾸 좌측으로 쏠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당시 농촌의 아이들에겐 조금도 낯설지 않은 일상의 생활이요 삶의 한 부분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 시각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생..

수필 2011.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