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입추 조회
할아버지의 입추 조회 장지원 오늘이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다. 예전 같으면 어김없이 할아버지는 아침 조회를 여셨다. 팔 남매와 이웃에 사는 집안을 모두 참석시키는 아침 식사는 오래만 에 잔치를 연상하는 연례행사이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입추 조회는 조상님들의 선산에 벌초하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시월 시사까지의 날을 받는 일이다. 벌초하는데 필요한 일손도 직접 배정을 하시곤 하셨다. 조상들의 산소는 할아버지에게는 삶의 한 부분이었고, 자손들을 염려하는 가문의 어른으로서의 특별한 신앙이었던 것 같다. 시끌벅적한 아침 식사가 끝나면 바로 조회가 열린다. 할아버지는 조선 말 종구품의 능참봉이란 말직에서 일을 하셨다. 큰아버지는 늘 할아버지의 일을 교과서 가르치듯 말씀하시기 좋아하셔 수 없이 들었던 터라,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