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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사바나의 사월/시 장지원

노파 2018. 4. 6. 06:50

사바나의 사월

장지원

 

 

들불이 쓸고 간 자리

비가 적셔주면

초록으로 옷 갈아입어

모두를 손짓 하여

시련을 잊고 번식하고 생육 하는 게

사바나의 세상이다

 

어디를 봐도 보이지 않는 곡간

약육강식의 비틀림

쉼 없이 포호 하는 자연의 울부짖음

밤을 밀어 여명의 쳇바퀴를 돌려보지만

산과 들에도

호수와 강에도

끝없이 위험이 도사린다. 현실이 사바나의 원형이다

 

이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한 발 들려놓으면 빠져 나갈 수 없는 수렁

사바나의 함정이다

위험을 느끼면 이미 늦었다

허우적거릴수록 더 침몰 하는 사월의 잔인함

 

사바나의 사월은

그 원형을 회복하기 위해 얼마나 더 긴 세월을 혼자 아파해야 하나

 

20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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