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의 자화상
장지원
가을이 좋아
바람의 길을 따라 나선다
낙엽 쓸어가는 그도 놀라게
호수에 파문을 그리며
곱게 물드는 한 잎이 되고프다
흔들리는 창가
우수수 떨어져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을 보면서
가볍게 스치는 생각에도
가을을 진하게 물들인다!
혹시라도
차가운 바람이 쓸어 갈까봐
따끈한 찻잔에 입술을 담가본다
가을 카페의 은밀한 속삭임에도
꼬리를 잘라 숨죽이는 시간
아직도 떠나지 못하는 늦은 가을에게
알 것도 같은 바람의 길을 들이 댄다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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