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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동짓날 밤의 사건/시 장지원

노파 2024. 12. 25. 00:03

 

동짓날 밤의 사건

장지원

 

 

동짓날 밤

여느 날 같으면 노동현장에서 돌아온 백성들의 지친 삶에서

온 동네가 곤고할 시간

애굽의 골목들이 숨죽여 술렁인다

서서히 진동하는 양의 피비린내

이스라엘 민족의 집 인방과 문설주에 뿌려지는 어린양의 피

재앙의 시각이 도래하고, 출애굽을 알리는 시각

이스라엘에는 여호와의 자비가

애굽에는 장자의 죽임이 있는 날

년 중 가장 긴 밤이 이스라엘의 출애굽을 완성 시킨다

한 집 건너 들리는 곡소리는 애굽인들의 통곡으로 순식간에 나라가 혼란에 빠진다

이스라엘의 탈출을 막는 이도, 방해하는 사람도 없다

여호와 하나님이 승리하는 시간

이스라엘은 애굽의 노예에서 해방되던 날

이날을 일컬어 유월절逾越節¹, ²후 일 이날이 돌아오면 지키라 하시니 ……

후일 하나님의 아들 예수는 유월절逾越節 어린양으로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며 죽임을 당해야 했고

우리는 죄악의 사슬에서 놓여 구원받게 되었으니

민간에는 실제 출애굽 사건을 바탕으로 유월절逾越節을 지키는 전례가 어린양의 피를 상징하는 동지의 팥죽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으로 유래되니

셈족³의 뿌리에서 그 맥을 짚어, 한민족韓民族의 삶 속에 그 한이 서려 있다는 것도 동지冬至가 말하고 있음이다

 

<노트> 유월절逾越節¹: 유대교의 3대 축일(祝日: 유월절, 칠칠절(오순절), 초막절(장막절)) 중 하나.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 하기 전날 밤 여호와가 이집트의 각 집 장남을 죽였는데, 이스라엘 백성의 집에는 어린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르게 하여 그 표지가 있는 집은 그냥 지나쳤다는 데서 유래한다. 성서 출애굽기 참조.

²후 일 이날이 돌아오면 지키라: 출애굽기 13장 10절 참고

셈족³: 창세기 5장 32절-11장 10절 참고.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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