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에 부는 바람의 길
장지원
가을바람 쓸고 간 자리
삭 바람 불어
귀 틀어진 문, 문풍지 떠는소리
소리 없이 내미는 소설 대설의 존재감
동지冬至를 코앞에 두고 한 해를 마무리하려나 보다
고르지 못한 시절
스스로 바람이 되어
온갖 풍자를 일으키더니
제물이 돼 던지는 몸
이 시대의 잡다한 몰이 패들 좋아라 야금야금 먹다 동지冬至 맞으려나 보다
기브온의 태양¹도
히스기야의 해²도
모세의 두 팔³도
모두 피곤하다. 요리조리 비켜 가는 날
세상은 캄캄한 어둠을 맞아 오로라의 빛이라도 절실할 터
붉은 팥죽이 가마에서 끓는 동짓날
어린양의 붉은 피가
문설주에서 우리를 지켜주던 날
세모에 바람이 홀연히 나서는 길
한 해를 이렇게라도 마무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트> 시간 속 하나님의 기적을 다룬 대목들이다.
기브온의 태양¹: 이스라엘이 아모리와 전쟁을 승리로 이끈 기적이다. “여호와께서 아모리 사람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넘겨 주시던 날, 여호수아가 여호와께 아뢰어 이스라엘의 목전에서 이르되, 태양아, 너는 기브온 위에 머무르라, 달아 너도 아얄론 골짜기에서 그리할지어다”(여호수아10장12절).
히스기야의 해²: 히스기야 재위 14년, 그의 나이 39세에 중병에 걸린다. 그를 낫게 하는 기적이다. “선지자 이사야가 여호와께 간구하매 아하스의 해시계 위에 나아갔던 해그림자를 십도 뒤로 물러가게 하셨더라”(열왕기상20장11절)
모세의 두 팔³: 이스라엘과 아말렉과의 전쟁에서의 기적이다. “모세가 손을 들면 이스라엘이 이기고 손을 내리면 아말렉이 이기더니, 모세의 팔이 피곤하매 그들이 돌을 가져다가 모세의 아래에 놓아 그가 그 위에 앉게 하고 아론과 훌이 한 사람은 이쪽에서, 한 사람은 저쪽에서 모세의 손을 붙들어 올렸더니 그 손이 해가 지도록 내려오지 아니한지라(출애굽기17장11-12)
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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