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https://tank153.tistory.com/

노파의문학공간

시詩

가슴에다 쓰는 시인의 글/장지원

노파 2017. 12. 13. 05:48

가슴에다 쓰는 시인의 글

장지원

 

 

시인의 갈피는 얇기도 하지만, 두텁기도 하다

풀잎에 스치는 바람이 버거워 몸부림 칠 때가 있다

수초가 되어 한없이 떠내려가기도 한다

바람 없는 날이면, 두툼한 갈피에 묻혀 가람의 목어가 된다

넓고, 깊은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하루가 길다

달빛도 쉬어 가는 산사의 추녀 아래 좌 불이 된다

시어하나, 토씨하나를 찾아 우주를 뒤지고, 갱도를 깊이 파기도 한다.

 

붓을 든 손에도 자괴감이 들어, 붓다의 눈시울로 옮겨가는 마른 눈물

 

범인의 지경을 넘지 못하는 현실이 가혹하기만 하다

달빛도 고요를 덮고 눕지만 잠들지 못하는 시인의 모래시계, 자정이 넘어서야 한 방울의 차가운 이슬로 먹을 간다

영감의 붓이 굴기의 바람을 타고 세상 속으로 돛을 올린다

숫한 낙서가 그려진 가슴에다 글쓰기를 이어 간다

 

2017.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