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다 쓰는 시인의 글
장지원
시인의 갈피는 얇기도 하지만, 두텁기도 하다
풀잎에 스치는 바람이 버거워 몸부림 칠 때가 있다
수초가 되어 한없이 떠내려가기도 한다
바람 없는 날이면, 두툼한 갈피에 묻혀 가람의 목어가 된다
넓고, 깊은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하루가 길다
달빛도 쉬어 가는 산사의 추녀 아래 좌 불이 된다
시어하나, 토씨하나를 찾아 우주를 뒤지고, 갱도를 깊이 파기도 한다.
붓을 든 손에도 자괴감이 들어, 붓다의 눈시울로 옮겨가는 마른 눈물
범인의 지경을 넘지 못하는 현실이 가혹하기만 하다
달빛도 고요를 덮고 눕지만 잠들지 못하는 시인의 모래시계, 자정이 넘어서야 한 방울의 차가운 이슬로 먹을 간다
영감의 붓이 굴기의 바람을 타고 세상 속으로 돛을 올린다
숫한 낙서가 그려진 가슴에다 글쓰기를 이어 간다
2017.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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