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 침묵
老波
말이 없습니다.
온갖 풍상 겪으면서도
임은
여전히 말이 없습니다.
아픈 날 지내놓고
가던 길 멈출 수 없어
외롭고 혹독한 길을 홀로 걷습니다.
숫한 날
묵이 흐르는 강물에 손발을 담그며 한 몸 맡깁니다.
홀연히 하늘의 바람이
만휘군상(萬彙群象)에 불어오는 그 날
탈각(脫殼)하는 수고로움도 잊은 채
여명의 아침은 무거운 침묵을 깨고
모란꽃 핀 뜰에 향기를 토한다.
201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