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갓 쓰고 가는 길
老波
한 방울의
이슬을
붓 끝에 찍어
한 자를 쓰라하면
심(心) 자를 쓰고
시인은
삿갓을 쓰고
한 방울의 이슬을 또 찾아
외로운 길을 나선다.
도시의 빌딩 숲을 지나는
삿갓 아래
매캐한 냄새만이 바람에 날릴 뿐
동공을 적시지 못 하는 가슴에
안질이 돋는다.
산사(山寺) 낙수받이에 안구 받쳐놓고
떨어지는 한 방울에
붓심을 굴려
한 자를 더 쓴다면
세(洗)자를 쓰리
시인의 필체가
중생의 마음을 씻을 수 있다면
내 가는 길을 어찌 마다 하리
201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