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종합문예지
문학세계 2020년12월호 '장지원 시인의 책속의 소 시집'
시 '오대산의 가을, 아름다움은 어디 있을까, 그 세월 보내놓고, 위로받지 못하는 계절, 천상天上의 길'
오대산의 가을
장지원
팔등신 몸통을
은밀히 드러내는 산
적나라하게 피어나는 열꽃
가을이
돌림병처럼 찾아오는 오대산
예방 백신도
치료약도 없어
이를 지켜보는
시인의 마음도 붉게 물들다
하얀 재가 되어
갈잎처럼 날려
세월 따라 걸어야 하는 길
고독이 쌓이는 벤치
쓸쓸한 가을이 한 없이 흔들린다.
2020.10.10
아름다움은 어디 있을까
장지원
하루를 매몰차게 몰아붙이는 주승의 입
해탈의 시간은 먼 길에서 방황할 때
흔들리는 촛불
무겁게 짓누르는 동자승의 눈꺼풀
허름한 장삼으로 속세의 하루를 위로 한다
야심한 달빛이 서성이는 밤
태고의 고승은 동자의 졸음을 깨우는 시간
장삼의 주인을 찾아 큰 승방 앞에서 주승을 청 한다
야심한 밤의 시간
산사는 숨 죽여 놓은 듯
어둠이 물러가 동자승의 눈 밝힐 때
주승은 떨리는 입술을 열어 아련을 청 한다
시간을 넘어
공간을 넘어
지금의 시절을 낫낫이 열거할 때
투박한 석등 안에
예리하게 비추는 심오한 진리
아름다움은 어디 있을까
2020.9.27
그 세월 보내놓고
장지원
헐레벌떡 뛰며
일상을 늘 다그치며 살아야 했던지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고 가는 세월
너한테 부끄럽다
무엇에 바빠
설레발치며 살아야 했던지
문전옥답 그냥 두고 가는 세월
너 보기 민망하다
미련 때문에 기다려야 했던 날들
조급해서 망처 버린 날들
욕심 때문에 휘어진 뒤안길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가는 세월
너 보기에 창피하다
그 길 따라가지도 못하면서
그 세월 다 보내놓고
나, 여기 있다오
2020.10.4
위로받지 못하는 계절
장지원
가을 거지 끝나가는
들 한 귀퉁이
버림받은 배추 한 포기
해살에 몸 덥혀 파랗게 갈무리하기 바쁠 때
바람은 그 시선마저 쓸어가
높은 가지 한 잎새 갈 곳이 어딜까
떨어지는 수은주가 토해내는 서릿발
들판을 떠도는 공허가 허수아비의 영혼마저 탐내다
들국화주 한 잔에 취해
계절의 문턱을 넘어야 할지 말지 망설일 때
그 마음 위로해줄 말 한 마디
단풍 같이 곱지 않아도 좋다
눈치 없이 불어오는 북서풍
날씨 한 번 얄궂다 하면
싸락눈 눈알 굴리며 금방이라도 처 들어 올 것 같다
2020.10.22
천상天上의 길
장지원
작은 언덕도 오르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앞산 뒷산에 박은 추억까지 아랑곳 하지 않고 오르지 못 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 했던가.
옛 속담 속에 주저앉아 해소 끓는 기침 때문에 가던 길을 마무리 하는 사람들
비로봉 정상을 오르고도 오래 머물지 못하고 내려가야 하는 쓸쓸한 길, 우리 생전 올라가는 길만 있으면 앞만 보고 걸었으리라
그 정상에는 별들이 진치고 북적이겠지. 그러나 협소하고 시간에 쫓기다보니 모두가 하산을 선택 한다
느보산의 모세는 여기까지 자신의 길을 멈추고 권위의 겉옷을 벗어 더 높은 길을 봄이다
그 후 산을 내려가는 그를 본 사람이 없다
의인의 마지막 길이랄까. 이를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날은 많아도 어울리는 주인공은 그리 많지 않다
근시안적인 사람들
비로봉 정상에서 길은 오직 내려가는 길 하나뿐일까
사람들은 내려가는 길에서 만나 노고를 치하하고 위로받기를 원 한다
한 인간으로써 선택의 여지없이 필요불가결한 길에서 물의 없이 인생의 귀로를 찾기란 쉽지 않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
모세는 옛 길을 놓고 새로운 길을 가는 선구자요. 개척자이다
하늘이 열리고, 죽어서 이 땅을 떠나는 유일한 사람
40년 광야 길에서 하나님은 의인의 요람을 열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걸어가는 길
느보산 정상에서의 길, 하산이 아닌 천상의 길이 앞에 있음이다
사람들아 없는 길을 만들지 마라
내가 생각하는 길이 진리가 아닐 수 있다
길을 모르면, 민중들이 가는 길을 살펴봐라
민심은 천심이라, 민심의 막다른 길목은 하늘의 문턱이니 엄중히 살펴야 봐야한다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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