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명작선 '한국을 빛낸 문인' 축간을 축하합니다. - 一松 장지원
월간 종합 문예지 '문학세계', '계간 시세계'(명작선 선정위원회)에서 엄선하여, '도서 출판 천우'가 출판한 2020' 명작선은 2020년 한국을 빛낸 문인들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음.
낙타의 시간
-모란의 날
一松 장지원
낙타의 무릎아래
발갛게 배어나는 시간들
낮밤이 교대를 서는 광야
이름까지 묻어
차디찬 모래톱 이고 세월을 삭이는 사이
제 살기에 바쁜 사람들
삶을 터득이나 한 듯
바람 불면 흔들려주고
서리 오면 잎마저 떨궈주고
소낙비 내리면 피할 줄 알아 미련하게 살지 않는 삶
자연에서 담아내는 지혜라 밉지 않다
이 시절 그냥 흘러가는 것 같지만
세월을 거스르는 시간도 지칠만하다
태곳적 묵이 흐르는 늦은 밤 가람의 등빛
빨간 첨탑으로 이어지는 침묵의 기도
시간은 공간의 이동으로 가는 길
모란의 날에 자비가 있으리
허장虛葬
一松 장지원
나날이
마음에도 없이 버려지는 자투리시간
칠십년을 살았으니
깜부기 진 날 천일 하고도 육십오일
그 속에 정이라는 게 있었을까
애환의 미라가 되어
눈 감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기에
눈 딱 감고 가슴에 묻어주고프다
허무가 내려앉는 섣달그믐
허장을 치르는 시간
그믐달은 검은 시울 내리고 있더니
자리를 박차고 나가
횡 한 여막에서 통곡 한다
되돌릴 수 없는 좀 슬은 삶이
푸석푸석한 사태밥처럼 마구 부서져 내린다.
<노트>허장虛葬: 오랫동안 생사를 모르거나 시체를 찾지 못하는 경우에, 시체 대신 그의 유물로써 장례를 치름.
담 없어 넘나드는 세계
一松 장지원
담 없어 넘나드는 세계
맨 정신으로는 접근조차 불가능 한
무의식의 아취
가끔씩
그 세계를 즐기며 걷다보면
현실에 매몰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해 좋다
묵시를 보는 것 같아
하나님 앞에 낙타무릎이 될 때
기록해 누군가에게 필요한 메신저가 되는 게
시인의 빈 박한 현실보다 여유로워
담 없어 넘나들 수 있는 시공
오래 머물 수 없다는 게
짧은 시간 우주의 유영이다
몽상의 나래를 펴보지만
신은 더 이상의 시간을 허락지 않으신다
‘이만하면 되었으니……’ 많이 들어 본 말씀을 하시는 게다
꿈이 아니면 들을 수도 없는 소리 아닌가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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