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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명작선 '한국을 빛낸 문인' 출간-도서출판 '천우'

노파 2021. 3. 23. 18:34

2020' 명작선 '한국을 빛낸 문인' 축간을 축하합니다. - 一松 장지원

월간 종합 문예지 '문학세계', '계간 시세계'(명작선 선정위원회)에서 엄선하여, '도서 출판 천우'가 출판한 2020' 명작선은 2020년 한국을 빛낸 문인들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음.

 

445P, 一松 장지원 작품

낙타의 시간

-모란의 날

一松 장지원

 

 

낙타의 무릎아래

발갛게 배어나는 시간들

낮밤이 교대를 서는 광야

이름까지 묻어

차디찬 모래톱 이고 세월을 삭이는 사이

 

제 살기에 바쁜 사람들

삶을 터득이나 한 듯

바람 불면 흔들려주고

서리 오면 잎마저 떨궈주고

소낙비 내리면 피할 줄 알아 미련하게 살지 않는 삶

자연에서 담아내는 지혜라 밉지 않다

 

이 시절 그냥 흘러가는 것 같지만

세월을 거스르는 시간도 지칠만하다

 

태곳적 묵이 흐르는 늦은 밤 가람의 등빛

빨간 첨탑으로 이어지는 침묵의 기도

시간은 공간의 이동으로 가는 길

모란의 날에 자비가 있으리

 

 

허장虛葬

一松 장지원

 

 

나날이

마음에도 없이 버려지는 자투리시간

칠십년을 살았으니

깜부기 진 날 천일 하고도 육십오일

그 속에 정이라는 게 있었을까

애환의 미라가 되어

눈 감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기에

눈 딱 감고 가슴에 묻어주고프다

허무가 내려앉는 섣달그믐

허장을 치르는 시간

그믐달은 검은 시울 내리고 있더니

자리를 박차고 나가

횡 한 여막에서 통곡 한다

되돌릴 수 없는 좀 슬은 삶이

푸석푸석한 사태밥처럼 마구 부서져 내린다.

 

<노트>허장虛葬: 오랫동안 생사를 모르거나 시체를 찾지 못하는 경우에, 시체 대신 그의 유물로써 장례를 치름.

 

 

담 없어 넘나드는 세계

一松 장지원

 

 

담 없어 넘나드는 세계

맨 정신으로는 접근조차 불가능 한

무의식의 아취

가끔씩

그 세계를 즐기며 걷다보면

현실에 매몰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해 좋다

묵시를 보는 것 같아

하나님 앞에 낙타무릎이 될 때

기록해 누군가에게 필요한 메신저가 되는 게

시인의 빈 박한 현실보다 여유로워

담 없어 넘나들 수 있는 시공

오래 머물 수 없다는 게

짧은 시간 우주의 유영이다

몽상의 나래를 펴보지만

신은 더 이상의 시간을 허락지 않으신다

‘이만하면 되었으니……’ 많이 들어 본 말씀을 하시는 게다

꿈이 아니면 들을 수도 없는 소리 아닌가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