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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에 사들인 얼음 땅에 금ㆍ석유ㆍ가스가 쏟아졌다

노파 2020. 6. 7. 07:40

'푼돈'에 사들인 얼음 땅에 금ㆍ석유ㆍ가스가 쏟아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0.06.07. 최준호 기자

 

 

-천연자원 보고 알래스카.

 

추가치 주립공원의 해안선을 따라 앵커리지에서 수어드로 이어지는 수어드 고속도로 옆으로 빙하와 함께 바다로 흘러든 부유물로 인해 온통 잿빛 물결이 일렁인다. 미국의 최북단 주(州)인 알래스카는 153년 전인 1867년에 미국이 제정 러시아로부터 약 171만㎢의 땅을 당시 720만 달러, 현재가로는 약 1억 달러 정도에 구입한 것이다. 단위면적으로 환산하면 무려 가로ㆍ세로 1㎞(약 30만평)에 이르는 땅을 평균 5000원, 현재가로 해도 7만원정도에 구입한 것이다. 이 땅의 면적은 한반도의 8배가 넘고 미국 50개 주 중에서도 가장 넓다. 또 알래스카로 인해 생긴 바다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은 미국 EEZ의 33%나 되고 한국의 8.5배를 넘는 면적이다. 아마도 전쟁이 아닌 국가 간 거래를 통해 이루어진 사상 최대의 영토 확장이 아닐까.

 

 

이 수어드 고속도로는 1861년 링컨 대통령 때부터 1869년 존슨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8년간 국무장관이었고 알래스카 매입계약을 책임졌던 윌리암 수어드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수어드는 더 나아가 엄청난 자원이 있다고 믿었던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도 같은 방식으로 추진하기를 제안했었다. 하지만 수어드가 알래스카를 구입했을 당시에는 쓸모없고 사람이 살기도 어려운 눈 덮인 얼음 땅을 비싸게 주고 샀다고 ‘수어드의 뻘짓’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많은 비난을 받았다.

 

 

  -미국 해저석유 매장량의 30% 차지

 

이후 엄청난 석유가스와 금광이 이 얼음 땅에서 발견되었고, 알류션 열도를 포함한 북태평양 바다의 대부분을 미국이 차지하는 기반이 됨으로써 그가 바라던 대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부동산 거래였다는 대반전 대박을 이루어냈다. 훗날 미국이 해양국가 이자 북극국가로 자리매김하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959년 알래스카는 미국의 49번째 주가 되었고 올해로 61년이 되었다. 만약 알래스카가 지금도 러시아의 영토라면, 또 그때 미국이 그린란드까지 매입했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만약’이라는 단어로 역사를 새로 만들 수는 없지만,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북미까지 이어진 3대륙 국가가 되어 있을지 모르고, 미국은 북미와 유럽으로 이어진 2대륙 국가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 프론티어’라는 별칭을 가진 알래스카는 미국 내 석유가스자원 보유량이 여섯 째로 많은 주다. 추정에 의하면 미국 해저석유 매장량의 30%가 알래스카에 묻혀 있다고 한다. 석유 관련 산업은 알래스카 최대의 산업으로 1976년부터 석유개발 이익금으로 조성된 영구기금(APF)의 가치는 현재 600억 달러에 이르고, 일정기준에 맞는 주(州) 거주민에게 1982년 이후 매년 1000~2000달러의 직접배당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파이프라인을 통해 본토에 공급되던 알래스카의 석유 가스는 본토의 세일가스 생산 확대와 시장가격 하락으로 판로가 제한되고 경쟁력을 크게 잃고 있다. 또 이제는 신재생에너지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아직 아시아로 선박을 이용해서 자원 운송하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 못해 에너지가 늘 부족한 동북아시아 국가들을 새로운 시장으로 활용하지도 못하는 상태이다.

 

-세계의 물류 허브

 

앵커리지는 그 이름이 ‘쉽크릭강 하구의 정박지’라는 의미에서 나왔을 정도로 항구도시로서도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앵커리지항은 철도와 항공운송과 연계되어 알래스카 전체의 물류허브로서 역할을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베링해를 사이에 두고 러시아는 물론 북극해를 관할하는 공군기지의 보급까지 맡고 있어 전략적인 가치를 더하고 있다. 또한 연간 120만 명이 넘는 크루즈 방문객을 수용한다. 또 제트항공기로 10시간 내에 전 세계 산업화 지역의 90%를 갈 수 있다는 지리적 장점 때문에 항공물류가 크게 발달해 있다. 현재 북미 2위, 세계 5위의 항공 물동량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매일 14편의 화물수송기가 앵커리지를 이용하고 있다.

 

페덱스와 UPSㆍDHL 등 세계 굴지의 물류기업들은 앵커리지의 지리적 입지를 활용한 창고와 배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마존과 알리바바도 신규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공항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7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아시아지역과 현재 여객 직항로가 없어 알래스카가 가진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시아 지역 관광객은 매년 10% 이상씩 증가한다고 분석하고 있었다. 북위 64도에 있는 인구 12만 명의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가 북대서양 끝에서 유럽과 북미를 잇는 항공 허브로 성장했듯, 비슷한 위도에 있는 인구 30만 명의 알래스카의 앵커리지도 북태평양 끝에서 아시아와 북미를 잇는 교두보가 되고 있다. 앵커리지의 항공 물류 인프라는 연계가 어려운 북극권을 묶어내는 매듭이다. 앵커리지가 또 다른 모습의 ‘정박지’로 변모해가고 있다.

 

-북미대륙 최초의 인류가 살던 곳

 

이곳 알래스카 원주민은 북미대륙 최초의 인류이다. 그 중 알류트 사람들은 대표적인 해양종족으로 ‘알래스카’라는 지명도 이들 알류트사람들의 말로 ‘섬이 아닌 큰 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알류션 제도의 유인도 69개 중에는 캄챠카 반도쪽 2개 섬은 여전히 러시아 영토이고, 미국이 알래스카를 매입한 후에도 알래스카는 러시아인과 미국인이 공존하는 공간이 되었다.

 

시내에서 연어낚시를 할 수 있는 이곳 앵커리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기후변화에 대한 큰 우려를 밝혔다. 지난해는 알래스카 역사상 가장 덥고 건조한 여름이었다고 한다. 더위 자체에 대해서도 적응력이 거의 없는 이곳 사람들은 기후변화가 연쇄적으로 가져올 동식물 생태계변화, 주거와 삶의 방식 변화, 예상치 못 하는 재해, 산업기반 약화와 같은 현실 변화에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삶을 위한 경제활동, 그리고 환경변화 완화와 적응, 지구촌이 가지고 있는 이 두 가지의 큰 숙제가 오랫동안 차가웠던 알래스카에서도 예외없이 나타나고 있었다. 아마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병은 그들에게 또 다른 커다란 숙제를 던져줬을 것이다.

 

알래스카는 북미대륙의 첫 인류 역사가 시작된 곳이고, 엉터리 거래라는 오명과 대반전, 그리고 북극 물류의 새로운 시작점으로 거듭났지만, 국제정치경제와 기후 변화라는 전대미문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면서 또 다른 반전을 준비해야할지 모른다.<중앙일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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