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묻어가는 겨울 이야기
장지원
고르지 못한 겨울 햇살이
문구멍 사이로 들락날락 하는 사이
삭풍은 문풍지 흔들며
방구들 식는다. 괴성을 지른다
마실 갔다 돌아오는 촌로
장작 몇 개비 밀어 넣는 아궁이 온기라고 없다
인고의 시간이 말없이 흐른다
활활 타는 고래를 한 동안 지켜보더니 한 숨 속에 무엇인가를 털어낸다
불꽃에 잠시 피었다 지는 낙화
몇 날을 더 버틸지 모르는 꽃
모질게도 세월을 사르는 고래가 이젠 낯설지 않아 익숙하다
밤마다
따뜻한 칠성판 깔고 누워
굽은 등 펴 지지며
빈 가슴 눈 속에 묻어두고 잠을 청하는 게 일상이 된 이야기
지붕 위 하얀 꽃 피면 그제야 안부라도 물어 볼 수 있을까?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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