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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쌈닭

노파 2011. 6. 14. 05:56

쌈닭

老波

 

 

난장에서

우열을 가리는 쌈닭들

 

흰 닭

검은 닭

벼슬이 붉다 못해 서슬이 퍼렇다.

 

한 판의 승부를 위해

말초신경까지 끄집어내 놓고

이성을 잃은 투전이 끝날 줄 모른다.

 

닭들은 이전투구에 노예(奴隷)가 된지 오래

낮 밤의 명암을 가리지 못 하면서

알량한 자존심만 내 새워

한 판 싸움에 피를 튀긴다.

 

별 같은 벼슬을 물고

촌각의 여유도 주지 않아

사투의 흔적이 별똥처럼 선명해

혼전을 거듭하는 전사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에선 스멀스멀 멍이 차오른다.

 

201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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