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유릉에서
홍, 유릉에서 장지원 신록, 그 계절의 문턱을 넘어 왕릉에 선다. 햇살은 소나무 숲 사이를 바쁘게 오간다. 발자국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고 땅바닥에 기록한다. 홍, 유릉은 역사가 쉬는 공간답게 엄숙하면서도 질서정연하게 배열된 정원을 보는 것 같다. 그 시대의 주인을 섬기고 배알하는 듯 착각마저 들 정도로 사적 207호인 금곡릉의 정취는 아름답다. 오월의 태양은 수고하는 모두에게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따뜻하면서도 의미를 부여하는 손길로 어루만지고 조용히 보듬어 주는 것 같다. 매표소를 들어서는 순간 잠시 고개를 숙여 묵념한다. 왕릉을 찾는 최소한의 예를 갖추기 위해서다. 산새들의 소리는 궁중 제례악을 연주하는 것 같았다. 주변에 서 있는 크고 작은 소나무들이 걸음을 멈추고 왕의 행차를 시립하는 것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