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어 피는 모란
老波
분다. 바람이 분다.
생명을 잉태하는 백두대간에 바람이 분다.
삭풍 불어도 꿈쩍 않는 오대산
동남풍 불 때 까지 백설로 덮어 두더니
경포에 그네 메어 푸른 기를 모아 온다.
소백의 준령은 금성단 뜰에 주저앉아
사방을 둘러보는 선비 가슴
어줍은 세상, 술잔에 넘쳐나니
죽계 천 다시 흘러 모란꽃을 피운다.
차령산맥 문장대 가는 길
초야에 묻은 몸, 얼굴도 이름도 없이
시시비비 다 접고, 시절 따라 일엽편주 띄운다.
삼도의 소용돌이가 혈맥으로 굳은 백두대간 끝자락
아직도 피비린내 풍기는 노고단의 제물을 어찌하려는지
임의 혼령 달래는 진혼제를 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백두는 잠에서 깨
가야산 계곡에 서서 한반도에 여명이란 화두를 던진다.
혜인의 깊은 가슴 풀어헤치니 대간에 붉은 동맥이 뛴다.
해풍이 실어 오는 성산의 일출
긴 세월 산통 끝에 얻은 진주 같아라.
서울의 북악이 개성의 송악을 보며
숫한 날 잠 못 이루다
시린 등에 돌출하는 아침 이슬
미풍은 한강에 모란꽃이 선명한 돛을 올린다.
2011.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