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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바람 불어 피는 모란

노파 2011. 5. 31. 04:13

바람 불어 피는 모란

老波

 

 

분다. 바람이 분다.

생명을 잉태하는 백두대간에 바람이 분다.

 

삭풍 불어도 꿈쩍 않는 오대산

동남풍 불 때 까지 백설로 덮어 두더니

경포에 그네 메어 푸른 기를 모아 온다.

 

소백의 준령은 금성단 뜰에 주저앉아

사방을 둘러보는 선비 가슴

어줍은 세상, 술잔에 넘쳐나니

죽계 천 다시 흘러 모란꽃을 피운다.

 

차령산맥 문장대 가는 길

초야에 묻은 몸, 얼굴도 이름도 없이

시시비비 다 접고, 시절 따라 일엽편주 띄운다.

 

삼도의 소용돌이가 혈맥으로 굳은 백두대간 끝자락

아직도 피비린내 풍기는 노고단의 제물을 어찌하려는지

임의 혼령 달래는 진혼제를 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백두는 잠에서 깨

가야산 계곡에 서서 한반도에 여명이란 화두를 던진다.

혜인의 깊은 가슴 풀어헤치니 대간에 붉은 동맥이 뛴다.

 

해풍이 실어 오는 성산의 일출

긴 세월 산통 끝에 얻은 진주 같아라.

 

서울의 북악이 개성의 송악을 보며

숫한 날 잠 못 이루다

시린 등에 돌출하는 아침 이슬

미풍은 한강에 모란꽃이 선명한 돛을 올린다.

 

201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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