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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안식일

기다렸던 안식일 장지원 2010년 7월17일 안식일엔 무조건 임송교회에 나가겠습니다.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하며 좋아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금요일을 보내며 안식일을 맞는다. 이 밤이 지나면 그동안 쉬었던 교회에 나가서 주님께 예배하리. 이번 안식일은 내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리, 기대를 안고 잠자리에 든다. 하나님 아버지 그간의 나의 죄악을 기억하지 마시고 내게 허물이 있을 진데 사하여 주소서 광야교회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으로 인도하사 내 신앙을 여전히 회복하여 주소서 잠이 들고 꿈속에서 안식일 아침을 맞는다. 예정대로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임송교회로 가고 있었다. 교회 옆 큰 도로를 달린다. 앞서가는 3대의 승용차가 보이고 카렌서 같이 생긴 차가 앞에 가고 있는 2대의 차량을 추돌하기 시작하는데..

수필 2011.05.30

충신이냐? 공신이냐!

충신이냐? 공신이냐! 장지원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옛 성인들의 말이 생각난다. 고려 말기 사대부를 중심으로 국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선비 관료 중 고려에 충성을 다하겠다는 수상 파 “이색”을 중심으로 목숨을 던져 충신 반열에 오른 관료들이 있었다. 반면 몰락하는 고려를 따갑게 비판하고 조선의 새 왕조를 세운 창업 파 “정도준”을 중심으로 모인 선비들, 조선에서는 개혁 공신의 반열에 올라 역사에 길이 추앙받는 인물로 기록되었다. 한 시대를 동문수학하면서 그 시대의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충직한 관료들, 사대부가의 자존심 강한 선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이 두 사람 중 “이색”은 한 시대를 마감하는데, “정도준”은 새 시대를 여는데, 그들의 각각 다른 면의 지혜로 오늘도 우리 역사를 빛낸 인물로 낯설지..

테마 2011.05.30

동네 라디오

동네 라디오 老波 장지원 초등학교 3학년인 원이는 학교에 갔다 집엘 온다. 겨울 날씨가 땅 거죽을 꾸둑꾸둑 얼리고 있는 오후 한나절 햇살은 여전히 따스하다. 동네 사람들이 사랑방에 한 방 가득 모여 있었다. 작은 방에다 책보를 던지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부엌 한구석에는 큰 물독이 자리하고 있다. 또 한쪽에는 갈비가 쌓여 있고, 장작도 몇 아름은 되어 보인다. 늘 어머니는 내게 땔감을 부엌에다 비축하기를 이야기하셨다. 어머니의 일을 덜어드리기 위해, 이 같은 부탁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즐거운 일이었다. 나무를 나르면서도 가지런히 쌓는 것이 내 욕심이었고, 그런 나 자신이 누군가의 칭찬을 듣기를 기대했지만, 번번이 모두 그냥 지나치기가 일쑤다. 부엌엔 온기가 없이 상당히 추웠다. 점심을 먹고 그냥 덮어..

소설 2011.05.30

토사곽란(吐瀉癨亂)/Acute Gastroenteritis

토사곽란(吐瀉癨亂)/Acute Gastroenteritis 단편소설/장지원 오월 셋째 주 늦은 봄 날씨는 온몸의 땀구멍을 서서히 열어 놓는다. 후덥지근한 교실 안은 역겨운 냄새로 가득하다. 금방이라도 구토를 할 것 같다. 지원은 갑자기 식은땀을 흘린다. 3학년 1반 5교시 자연 시간은 지옥의 문을 넘어온 느낌마저 들었다. 그때 선생님이 흐트러진 나의 표정을 보시더니 “너 왜 그래.” 하신다. 어금니를 물고 배를 움켜잡고 안간힘을 써본다. 그럴수록 속은 더 뒤틀리고 입에서는 이상한 액체가 고였다.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도시락도 쌀 형편도 못 되어 오늘도 점심을 건너뛰었다. 그런데 배 안에서 무슨 조화인지 천둥소리에 지진까지 일어난다. 점심시간이다. 친구들은 도시락을 맛나게 먹는다. 나는 입에 고이는 침을 ..

소설 2011.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