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원의 시 세계> 신작 시 발표 - '월간 문예사조' 2024년2월호
계묘년癸卯年의 세모歲暮 / 여백의 기도-새해 아침의 기도
계묘년癸卯年의 세모歲暮
장지원
계묘년을 돌아보니
짧기도 길기도 했던 2023년, 한 해의 명암이 우리 삶의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잘 빠져나와
전장의 피로 얼룩진 지구촌
¹지구의 네 귀를 잡고 있던 천사가 그 손을 놓은 듯하다
그날들 사이 쐐기처럼 박고 나서는 이상기후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는 세계 곳곳의 호수들
듣도 보도 못했던 폭설과 폭우
사람의 체온을 넘어서는 폭염과 지진
바다는 그 임계점을 넘어 토해 내는 해일과 토네이도
²바다와 파도의 우는 소리에 삶이 피곤할 대로 지친다
이성의 벽을 허물어 무질서한 성적 향락
약자의 성적 학대
무분별한 성적 타락
성을 매개로 한 살인
³역사의 마지막에서나 볼 듯한 광경이다
정치는 실종하고
국회는 이성을 잃고
정당은 고유한 기능조차 팽개친 형국
길이 아닌 길을 서슴없이 가는 양심이 화인 맞은 사람들
³국민은 각자도생各自圖生에서 몸부림쳐야 하는 하루하루
여기에 한 수 더 부추기는 각양각색의 시민단체들
노총은 누굴 위해 주야 장차 깃발을 들어야 하나?
사회 운동권과 정치권력의 공생
턱 없이 빈대 붙어먹고 살려는 파렴치한 괴물들
줄줄 새는 세금에 맛을 들인 변절자들과 배후의 운전자들
⁴이젠 선한 양심으로 돌아갈 때가 되지 않았는가?
이 지점에서 엄중히 세모歲暮의 길을 묻는다
<노트> ¹지구의: 계7:1, ²바다와: 눅21:5, ³역사의: 벧후3:3, 딤후3:1, ⁴이제: 히3:1, 히12:2 참고.
2023.12.31
여백의 기도
-새해 아침의 기도
장지원
이렇게 살게 하소서!
세월이 내 앞에서 머뭇머뭇하면
한발 물러서서 자투리 시간 내어 기도하리라
알 듯 말 듯 한 시간이 다가오면
걸음을 멈추고 이참에 자투리 시간의 진가를 찾아보리라
세월도 이 작은 공간에서 쉬어가게 하리라
새해 아침 붉은 일출을 담아내게 하신 나의 하나님 ……
눈을 홀리는 사물이 번득이면
코를 유혹하는 그럴듯한 냄새가 진동하면
귀에 혹하는 소리가 들리면
입에 함정을 파두면
손끝을 통해 삶을 옭아매려 하면
접고, 버리고, 내려놓고, 비우고, 잊고 나로 살게 하소서
내 안에 작은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자투리 시간이라도 편히 쉬어갈 수 있게
대가 없이 주신 하루
채우지 않아 생기는 내 삶의 여백, 아름답게 하소서
2024.1.1
一松 장지원 시인/소설가 프로필
이름: 장지원(張志源) 1952~
아호: 一松 / 필명: 老波 / 예명: 삿갓
시인/소설가/경북 영주 부석 출생
삼육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명지대학교 사회교육대학원 수료
월간문예사조 시 등단(2006년)
월간 문예사조 소설 등단(2010년)
월간 문학세계 수필 추천(2016년)
재림문학상 수상(2005년)
세계문학상 소설 대상 수상(2018년)
청향문학상 수상(2021년)
現代 韓國 人物 史 등재(2005년)
韓國 詩 大辭典 등재(2010년)
2013년 두물머리 세미원 시화전 기획 및 총감독
2016년 한국문학을 빛낸 100인 선정 작가
예술활동증명 완료(2021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저 서 : 시집, 이브의 초산, 보헤미안의 축일, 낙엽에 쓰는 일기, 사월의 유희, 보랏빛 향기, 하늘 높이 날아라, 석양의 포효, 산문 다수
blog: http://tank153.tistory.com/ 운영
e-mail: tank153@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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