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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계절의 길목/시 장지원

노파 2023. 12. 13. 04:40

 

계절의 길목

장지원

 

 

입동을 사이에 두고 긴장하는 계절

가을은 늘 상 아쉬움만 남길 뿐

단단히 배수진을 치는 겨울

전선을 그리다 잠 못 이루는 밤

귀뚜라미 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밤이 길까

 

현대전을 치르는 사람들

손안에서 전선을 들여다보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삶

대리전도 실전 같아 딴눈 팔 시간 없이 조신하다

 

전선이 무너진 황산벌

가을이 물러간 자리엔 차갑게 서릿발을 세우는 동장군

때를 알아 퇴각할 줄도 아는 게 자연의 약속

늘 긴장해서 살아야 하는 삶이라지만

한 수를 엮어 주는 아침

계절의 길목에서 자연은 질서정연하다

 

2023.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