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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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잔인한 은혜/시 장지원

노파 2023. 10. 5. 04:40

 

잔인한 은혜

장지원

 

 

알 수도 없는 길

삶의 시간이 늘어나는 건지

잘려 나가는 건지

모래시계의 거친 숨소리

주어지기 바쁘게 마무리되는 하루

승패도 가릴 수 없는

영육 간에, 선악 간에 숙명적인 싸움판

 

신만이 연장해 주는 하루

축복인지

저주인지

빈 화선지 위에 붓 그림자 같은 날

이것저것 생각할 테면

일출의 붉은 태양이 삶을 다그친다

 

좋아도

힘들어도

주어진 시간만큼만 걸을 수 있는 하루살이 인생

이 길에서 하루해는 너, 나 같은 길

신만이 즐기는 잔인한 은혜이겠지

 

2023.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