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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가을비 오는 날/시 장지원

노파 2023. 10. 9. 04:30

 

가을비 오는 날

장지원

 

 

가을비에 젖어

무심하던 가슴에도

파랗게 돋아나는 그리움

애틋했던 순간들이 머리를 들 때

 

빗물에 씻기고 씻겨

하얗게 된 시간

사들사들한 세월의 흔적이 흐느적거리는 수정체

 

투박한 머그잔에

가을비 담으면 그림자라도 비췰까

싸늘하게 식어 가는 찻잔 안에

파랗게 돋아나는 시간여행

 

오늘같이 가을비 내리는 날

그 찻집

비 뿌리는 창가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찻잔이 어른거린다

 

202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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