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 길에서
장지원
잡초의 눈시울에 차가운 이슬이 되기까지
여울물 소리 없이 흘러가고
세월은 그림자도 남기지 않고 달아나고
신은 말 없이 지나치시기에
날은 태양 아래 헐떡이고
달빛 속에 뒤척이던 밤
위로인지 야유인지 무심한 별빛
어쩔 수 없었던 시절이라 하겠지만……
척박한 광야에도 구름이 있었기에 먼 길 걸어왔다
그 시간이 사십 년, 모세의 나이 일백이십 세
내 나이가 그에게 미치지 못하지만
지나온 시간이 험하고 외로웠다. 말할 수 있어
내 기력이 쇠하지 않음은 신의 은혜
삶이, 문신처럼 새겨지고 낙인처럼 혹독했던 시간
그 사람들 서둘러 다 치워놓고
신은 ‘이만하면 되었으니 네 길 가자’ 하시더라
내 이 길에서 위로받을 수 있겠지
202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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