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명작선
'한국을 빛낸 문인' 출간(도서출판 천우)을 축하합니다.
장지원 시인의 시 '오월의 신랑, 우정, 운명 같은 인연' 374쪽에 수록
오월의 신랑
나, 기다리는 날
실개천 얕은 길 따라
초원의 품에서 나의 신부를 찾으리라
바람의 고운 결
풀잎 하나
나뭇잎 하나까지
그냥 지나치지 않는
오월의 하루는 가쁘다
멈춰서도 안 되는 숨소리
얕은 갈증에 몰아 삼키며
연둣빛 너울 너머
가무잡잡하게 그을려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야시시한 오월의 신랑
높은 나뭇가지에 헛헛한 가슴 풀어헤치고 앉아
검은 햇살을 원망이라도 하려나……
우정
입 안에서
음미하는 차 한 잔의 맛은 인생이다
삶을 다 나열 할 수 없지만 흔한 날 중 예정 없이 전화해
차 한 잔 마실 벗이 있어
어느 날
그 흔한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실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인생이란 담론을 나누어도
리필 하는 찻잔만큼 깊어지는 이야기
단맛 신맛 쓴맛을 어떻게 우려내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날까
두 세월을 포개놓아도
그 사이 바람의 길이 있어 모시적삼 같은 사이
두 시간을 여러 갈래로 늘어놓아도
그 결 하나하나 살아 있어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 같은 사이
세상은 시절 따라 맛이 다 달라도
찻잔 속에 녹여 내는 맛은 변하지 않는 우정이라지
운명 같은 인연
몇 날을 곱씹어도
삼키지 않아
사람들 앞에 곱게도 뱉어놓는 게, 시인의 심성이다
아픈 시간만큼……
방랑의 시간이 긴 만큼……
시심으로 띄운
허기진 잔 채우라 하니
치마폭을 잡아 애시 한 수 청하는 인연
시심이 붓끝에서 춤사위가 될 즈음
붉은 꽃잎으로 피어나
들바람처럼
뭉게구름처럼
떠나면 그만인 시객을 보내면서
이보다 더 한 인연 있을까.
푸른 햇살 되어서
장부의 어께 감싸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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