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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양평 5일장 터

노파 2011. 12. 20. 09:42

양평 5일장 터

老波

 

 

장마당에 빼곡히 들어선 난전들만큼이나 각자의 호객소리도 다르다.

형형색색의 빛깔과 모양, 맛과 크기, 향과 끼가 어우러져 발걸음을 붙잡는다.

흥정한 물건으로 장바구니를 채우는 사람들

좋은 물건을 권하고 고르는 표정과 손길이 겨울 추위 정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나라도 더 팔려는 장사꾼들 한 손에 밥그릇을 들고 허기를 달랜다.

 

파장이 되면서 미처 못 판 물건들이 한 묶음씩 몸집을 불린다.

남한강에 손을 닦는 짧은 하루해가 아쉽기만 하다.

하나둘 빠져나가는 장터, 북적대던 하루가 비워준 공터에 불통이 등장하고 추위를 녹이는 난전의 상인들이 모여 막걸리 잔을 돌린다.

장사를 잘 한 사람이 한 턱 쏘는 자리다.

모두가 하루에 만족과 감사를, 격려와 위로의 익숙한 잔이 한 순배 돌고 얼었던 볼엔 붉은 잉걸불이 타 오른다.

 

양평 5일 장은 사람들 사는 냄새가 진하게 묻어난다.

도시의 삶이 쉬어가기에 부족한 구석이 없는 것 같다.

다음 장날에도 연만하신 그 할머니가 펴 놓은 고즈넉한 난전을 보아야 할 텐데…

 

201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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