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북소리
老皮
지난세월 두루 뭉실 칼질한 달 띄워놓고, 얼마나 공허했으면
한 판 벌리는 사람들아, 가슴이 부끄럽지 않느냐.
오는 족족 붉히다 서산으로 지는 해, 미안하지 않는가.
하루도 제대로 울리지 않는 공허한 북소리, 여의나루 메아리치고
한강을 건널 건지 말 건지, 여유 밧게 싹틔우는 동안
민초들의 마음은 삭풍에 말라
흰 파뿌리 되어 한 백년을 속고도 또 속아 살아야 하나
무궁화 꽃잎에 스치는 바람 소리 조차 싫구나.
2011.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