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한 송이
老波
바람이 스친 자리, 들꽃 한 송이 핀다.
한 줄기 절개를 꼿꼿이 받쳐, 몇 날 유혹도 뿌리치고 힘겹게 걸어온 길
궁 문 열어 남은 시간 붙잡고 투정을 부린다.
오늘 만큼은 예쁘게 보이고 싶어 분도 바르고 연지도 찍는다.
내 마음 움직이는 호랑나비 한 마리, 태극무늬 선명한 비단 이불 펼칠 때
꽃잎은 파르르 떨다. 채면에 걸려 가쁘게 숨넘어간다.
그대 우직함. 자궁 문 열어 육즙을 뱉는 내가 미우면, 머뭇머뭇 물러서는 너도 밉다.
찌어진 꽃잎 보던 가을 햇살도 부끄러워 얼굴을 붉힌다.
201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