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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들꽃 한 송이

노파 2011. 12. 16. 09:16

들꽃 한 송이

老波

 

 

바람이 스친 자리, 들꽃 한 송이 핀다.

한 줄기 절개를 꼿꼿이 받쳐, 몇 날 유혹도 뿌리치고 힘겹게 걸어온 길

궁 문 열어 남은 시간 붙잡고 투정을 부린다.

오늘 만큼은 예쁘게 보이고 싶어 분도 바르고 연지도 찍는다.

내 마음 움직이는 호랑나비 한 마리, 태극무늬 선명한 비단 이불 펼칠 때

꽃잎은 파르르 떨다. 채면에 걸려 가쁘게 숨넘어간다.

그대 우직함. 자궁 문 열어 육즙을 뱉는 내가 미우면, 머뭇머뭇 물러서는 너도 밉다.

찌어진 꽃잎 보던 가을 햇살도 부끄러워 얼굴을 붉힌다.

 

20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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