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단칸방
입동이 지난 남한강의 뽕나무를 보는 시인의 해안은 남다르다 할까요.
양잠을 키워낸 뽕나무의 잎은 세월에 밀리어 연륜에 장사가 없어 노란 어깨가 시려 바들바들 떨고 있었습니다.
단칸방, 쪽방에서 죽는 것조차 무서워 죽을 수 없는 이 땅의 노인들을 담아보았습니다.
6,70년대의 연장선상에서 허리 한 번 펴보지 못하고 쪽방으로 밀려난 새마을의 역군들이 오늘의 기성세대라는 게 無罪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님들에게 불효와 불충을 얻게 되면 작금의 2040의 젊음도 내일이 없음을 신은 有罪 선언하게 될 것입니다.
큰물을 삽으로 막고 있을게 아니라 지구촌 구석구석을 즐길 줄 아는 매너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치인들의 해외 나들이는 왜 하는지요. 오늘과 내일을 위한 준비라면 진정 세비도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여, 야를 망라해 촐랑대는 얕은 물에서는 큰 고기를 낚을 수가 없음은, 자연이 인간에게 전하는 지극히 평범한 메시지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이 겨울의 문턱이 더 시리게 느껴집니다.
<단칸방/시/老波>
초록 잎새 노랗게 물들어, 입동(立冬)의 수은주를 붙잡고 있는 너의 자태에 북서풍도 머뭇거리며 지나간다.
가을은 뽕나무 가지 끝에 가부좌(跏趺坐) 틀고 눈을 못 떼는 사이, 하얀 실을 놓아 형설(螢雪)의 공간에 스스로 갇히는 누에의 변신은 무죄(無罪)다.
번데기로 개명(改名)을 하고 잘록한 단칸방에 문패가 걸리던 날, 느린 미학(美學)으로 꿈틀대는 지혜만큼은 창조주(創造主)는 아실게다
식상한 계절이 허공을 달릴 지라도, 세월은 녹아 노랗게 물든 어깨에 사색(思索)의 옷을 걸친다.
짧은 인연은 도톰한 고치가 되고, 대지를 쓸고 가는 칼바람, 어둡고 긴 겨울을 견뎌야 하기에 햇살은 등 굽은 뽕나무 가지에 앉아, 나에게 윤회(輪廻)란 화두(話頭)를 던진다.
20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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