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바람
老波
바이칼의 까만 밤도 녹아 목마른 대지를 축이며 슬며시 자리를 비켜 앉는다.
얼어붙은 동토의 툰투라가 파릇이 풀잎을 심어
녹색 물결이 어깨위로 넘실거린다.
묵은 땅을 갈아엎는 기경이 코앞에 다가 오건만
긴 시간 눈 속에서 잠 잘 수밖에 없었던 나의 변명 늘어놓다
칼바람 응달진 곳에서 쫓겨 가기 바빠 무수히 엉덩방아를 찧는다.
계절은 남풍에 몸을 날려 진정한 개혁의 길을 걸어야 할지,
투신을 해야 할지
물가에 버들처럼 어지럽게 흔들린다.
운명의 밤은 새벽을 피하자고 수탉의 목을 잡고 안간힘을 다 써 보지만
이 땅의 여명은 누구도 막지 못 해 긴 잠에서 깬다.
첨탑에 걸린 태양 숨길 수 없어 알몸을 씻어야 하는 수고도 잊지 않는다.
201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