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移徙)
老波
어깨에 올라탄 도시의 네온 불빛
빌딩숲의 처녀성은 성처럼 높아
내 영혼 쉴 수 없어
심한 갈증을 느낀다.
아직 끝낼 수 없는 시간이 있기에
때 묻은 널 주섬주섬 모아 이삿짐에 쑤셔 넣다
파랗게 돋는 생각 때문에
한시도 놓을 수 없었던 마음의 미련을 풀어 생각을 추스른다.
삶은 언제나 곧은 평행선 위에서
역산(曆算) 해 짐을 꾸려야하는 미련도
세월에 낡은 짐 하나 둘 버리다보니 그 만큼 가볍더라.
거쳐 온 정거장이 하도 많아 가는 곳이 어디냐고 굳이 묻지 않는다.
언젠가 한 번은 정리해야 할 것들을 서둘러
이제는 이리저리 얽혀진 도시 전철에 그냥 두고
양평으로 가는 열차의 환승을 기다린다.
201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