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만의 수학여행
42년 만의 수학여행 장지원 경주 불국사를 병풍처럼 바람을 막아 주는 토함산, 오늘따라 백두대간이 끝나는 산자락을 동해의 해풍이 사정없이 모라 쳐서 차갑기만 하다. 우리 일행은 몸을 녹이기 위해 불국사 경내에 있는 다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투박하면서도 애교 넘치는 대구지방 애교 섞인 사투리가 언 가슴을 녹여주듯 다정하게 들려왔다. “어서 오이소 예”하는 낯설지 않은 소리! 내가 20대 대구에서 군 생활을 할 때 대구 아가씨들의 ‘그래서 예, 안 그래서 예’를 붙여가며 이야기를 건네는 이름 모를 그녀 때문에 한 때 본능을 잊을 정도로 심각했던 옛날을 잊을 수 없이 떠 올리고 있었다. 요모조모 차를 설명하며 안내하는 젊은 아가씨 앞에선 내가 격세를 되돌릴 수 없음에 좌절할 수밖에 없어 작설차 한 잔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