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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잔인한 11월/시 장지원

노파 2023. 11. 30. 04:41

 

잔인한 11월

장지원

 

 

치열했던 날들을 팽개치고

슬쩍 꼬리를 감추려는 계묘년 11월

쫓고 쫓기던 시간

밀고 당기다 1년을 통째 밀어 던지고 떠나려 한다

냉정히 파헤쳐 보면 들을 이야기 있겠지

 

주어진 시간을 다 쓰고

야금야금 겨울까지 빼앗아 쓰고

훌쩍 담 넘어가려는 11월

세월의 뒤안길에서 엥겔계수를 맞출세라

뒤돌아보지 않고 달아나겠지

 

공과금 내고, 이자 갚고, 카드 빚 갚으면 남는 게 없어

있는 대로 살아야 하는 12월

인정사정없이 달아나는 11월의 잔인함

1년 간두에 서서

계묘년 11월을 보내줘야 하나?

 

2023.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