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남기고 가려는 이야기
장지원
11월의 높은 가지에 힘겹게 매달린 나뭇잎 하나
창가에 놓인 차 한잔
장르도 모를 사색에 잠기는 자투리 시간
섞일 대로 섞여 혼란한 틈새로 삭풍만이 들락거린다
어디에서 오는지도 모를 탈진한 허수아비의 영혼
이 가을이 두고 가는 11월의 뿌리 깊은 삶의 이야기라면 좋았을 텐데……
아무리 삶이 팍팍해도 버릴 수 없는 날들
삶의 갈증을 일일이 설명할 수 없어 찻잔에 섞어 버리는 시간
사유思惟가 아닌 사색思索으로 끝나는 다수의 시간
계절과 상관없이 제 마음대로 굴러가는 이 시절
원인도 이유도 모르고 끌려다니다 버려지는 허망한 날들
이 시절이 버리고 가려는 11월의 쓰레기들이 가을 낙엽을 대신한다
소리라고 많이 들어 혼돈하지 마라
잡스러운 말 전체에 세뇌되지 마라
각자도생하는 11월이 지나면, 그 어떤 책임도 보상도 없이 넘겨 버리는 12월
많든 적든 가진 것으로 이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절박한 시간뿐
시절이 우릴 유혹하더라도 휩쓸리지 마라. 11월의 진실한 이야기라면 ……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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