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보산의 가을
장지원
푸른 들녘을 흔들어 깨우는
느보산의 여명
모세의 눈앞에서
굽이치며 흐르는 요단강 넘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
여기까지 일생을 다 바친 모세
하나님이, ‘여기까지’라고 하던 날
아직 눈이 맑은데
아직 근력이 좋은데
마무리해야 할 일이 남아있는데
느보산의 가을은 일찍이도 찾아왔다
나무같이
겉옷을 벗고
생애의 짐 내려놓기에 좋은 날
햇살마저 따스하다
돌아오는 계절엔
저 푸른 요단강 언덕에
바람 따라 흔들리며 살아가는 갈대가 되어 있겠지
<노트> 장지원의 시 ‘마직 가는 길’(2023.9.10.작, 2023.10.19. https://tank153.tistory.com/8849 발표)의 연시임.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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