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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보산의 가을/시 장지원

노파 2023. 11. 20. 04:40

 

느보산의 가을

장지원

 

 

푸른 들녘을 흔들어 깨우는

느보산의 여명

모세의 눈앞에서

굽이치며 흐르는 요단강 넘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

여기까지 일생을 다 바친 모세

하나님이, ‘여기까지’라고 하던 날

아직 눈이 맑은데

아직 근력이 좋은데

마무리해야 할 일이 남아있는데

느보산의 가을은 일찍이도 찾아왔다

나무같이

겉옷을 벗고

생애의 짐 내려놓기에 좋은 날

햇살마저 따스하다

돌아오는 계절엔

저 푸른 요단강 언덕에

바람 따라 흔들리며 살아가는 갈대가 되어 있겠지

 

<노트> 장지원의 시 ‘마직 가는 길’(2023.9.10.작, 2023.10.19. https://tank153.tistory.com/8849 발표)의 연시임.

 

2023.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