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文藝思潮 2023년 6월호 신작 발표-'그날부터 오늘 외2편'/시 장지원
그날부터 오늘
장지원
흰 눈발이 날리는 월정사
성급한 상춘객들
이월의 마지막 휴일을 즐기는데
나는 아내와 선재길에 오르니
오대산 계곡은
봄 맞을 준비 보다
해탈의 경지에 머물러
참선의 긴 기도가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상원사
햇살이 봄을 견인하러 왔다 우릴 맞는다
선재길을 오르는 사람마다 숱한 깨달음이 있었으리라
찻집에 들러 차 한 잔 마시니 상념이 길을 가잔다
비로봉을 오르는 길섶
적멸보궁이 흰 눈발에 희미하게 떠 오르더니 찻잔엔 아내의 얼굴이 선명 타
평생을 나만 보고 살아온 그 세월이 43년
오늘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적멸보궁寂滅寶宮을 지어 보리라
一松의 삶[詩] 속에 녹아 있을 보물과도 같아 오랜 세월같이 하리라
2023.2.25
동행
장지원
초록빛 호수에
원앙 한 쌍
깃털을 골라주는 바람 일더니
석양에 금빛 윤슬이 내리기까지
원앙의 동행을 지켜온 호수는 행복하다
달빛 빠지는 호수에
기러기 한 쌍
분주했던 날을 마무리하는 시간
은빛 윤슬이 반짝이는 물 위에
기러기의 동행을 지켜봐 온 호수의 결이 곱지 않은가
운명 같이 만나
피할 수 없어
같이 걸었던 시간이라면
석양에 걸터앉은 지평선 너머 짧은 삶이라도 즐겨라
지내 놓은 시간만큼
세월도 멋진 동행이라 노트하겠지
2023.2.12
세월의 강
장지원
정월이 무수한 이야기를 물고 가 버리는 날
허한 뒤안길에서
한낮의 기운조차 눈발을 날리며 흩어지더라
잡고 싶었던 순간조차 오금이 저려
어둑살 내리도록 앉았다가
이름마저 바꾸어
흘러가야 하는 세월의 강
겨울 햇볕은 여전히 따스하다
그 강물 위에 윤슬이 내려앉으면
2월은 더 따뜻하겠지
20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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