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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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윤슬 같은 날/시 장지원

노파 2023. 3. 1. 04:40

 

윤슬 같은 날

장지원

 

 

일력을 찢듯

떨어져 나가는 날들

 

먼지를 뒤집어쓰고 죽은 듯이 앉은 시간

일상에서 할 일 없이 서성이는 자투리 시간

무엇이라도 나누고 싶은데 주저주저하는 안타까운 시간

지금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시간인데……

 

일 초도 허튼 데 없이 팽팽하게 돌아가는 빨간 초침

시간은 논리정연하다.

자연도 그 앞에서는

평상시 걸음으로 토 달지 않는다

 

석양이 남은 기운을 쏟아내는 시간

은빛, 금빛으로 짧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호수가 부럽다

이 아름다움이라면

낙조에 붉게 물드는 내 마음에도

행복이라는 게 윤슬같이 잔잔히 일겠지

 

2023.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