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애찬
老波
낙엽이
물들 때
내 몸에도 바람 일어 길을 나선다.
사색의 길을 돌아
짝 잃은 그림자
빈 벤치를 찾아
가을을 훔치는데
긴 꼬리 흔드는 하늘색 스카프
가무잡잡 그을린 갈색 머리
맞바람 부는
여인의 야윈 가슴
그녀만의 공간이기에
난, 멀찌감치 도망을 치다
가을이 하나 둘 쉬어가는 자리에
울렁거리는 닻을 내린다.
혼자이기에
미련이
짧은 시간 밀려오다 작은 시련이 되
스산한 가을을 겹겹이 지운다.
2011.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