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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빈 가을에 묻혀

노파 2011. 10. 19. 08:39

빈 가을에 묻혀

老波

 

 

무심코

물드는 나뭇잎에 어깨를 기대

눈먼 시간

벗이 되 떠나는 가을

 

아무리 걸어도

잡히지 않는 쌀쌀한 길

어깨에 부딪치는 소리가 싫어

낡은 벤치에 웅크릴 때면

 

희미한 불빛 사이

두터운 그림자 오고 가는데

나는

빈 가을에 파묻혀 몸부림치는 시간

캠퍼스에 수채화 물감을 마구 뿌려

한 잎,

한 잎 떨어뜨리다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는 수은주

못 난 미련에 갇히어

흐느적거릴 때

달빛 실어 오는 전령사

사랑에 빚진 밤을 불러 새운다.

 

20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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