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가을에 묻혀
老波
무심코
물드는 나뭇잎에 어깨를 기대
눈먼 시간
벗이 되 떠나는 가을
아무리 걸어도
잡히지 않는 쌀쌀한 길
어깨에 부딪치는 소리가 싫어
낡은 벤치에 웅크릴 때면
희미한 불빛 사이
두터운 그림자 오고 가는데
나는
빈 가을에 파묻혀 몸부림치는 시간
캠퍼스에 수채화 물감을 마구 뿌려
한 잎,
한 잎 떨어뜨리다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는 수은주
못 난 미련에 갇히어
흐느적거릴 때
달빛 실어 오는 전령사
사랑에 빚진 밤을 불러 새운다.
201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