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所有의 美
老波
내 몸에 맞지 않는
허울의 옷을 벗는다.
이웃에게 부담 될까 심보 빼버리고
인생길 무거워 봇짐까지 두고 가니
밥상 위에 푸성귀 놓고 모두 내려놓는다.
천정이 무거워
별을 세다 잠들 때
머리까지 무거워 두 개의 메모리를 비워버린다.
마음 비고 머리 비어
바람 같이 살아가다
입조차 가벼울까봐 참숯에 지져 삼켜 버린다.
無所有 길을 가니
구름도 벗이 되고
바람도 길동무 되어
부르튼 발 개울물에 씻어주고
한 끼 두 끼 건너뛰다
옹달샘 퍼마시면 허기는 면하겠지
구름 베고 밤이슬 거적 삼아
하루 밤 편히 잘 수 있어 서럽지 않아
흙냄새 좋아 초야에 묻은 몸
배 적삼이 어때
내 몸에 맞는 옷 입었으니 한 세월 가리
2011.1.28
無 空
老波
욕심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 길고
입 안에 가시가 시리게 돋는 아침
공중에서 잡아 보니
무거워 길게 날지 못해 추락하고
땅에서 잡고 보니
걷기조차 힘들어 넘어지네.
돈은 놓아주고
명예도 버리고
갖은 世慾 비워
바람처럼 날아가는 사람아
세상 끝 어딘지 몰라도
無․ 空은 가슴에 닿고
가벼운 구름처럼
새털처럼
운명처럼 살다 보면
하루 해 지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요
아침의 떠오르는 태양 있어
빈 가슴 차오른다.
2010.5.7
허무
老波
우르르 사람들을 몰아가는 출근 길
그 힘에 나도 빨려가다
막다른 골목에서 얼굴이 멈추자
전동차는 문을 날렵하게 닫는다.
숨 돌릴 사이도 없이
퍼진 옆구리에 동아줄을 틀어 숨통이 조여 온다.
하루의 시작을 승차권 한 장에 너도나도 몸을 팔아
도시의 그림이 팍팍하다
숨구멍만 터놓고도
살아 있다고 하는 허구
텅 빈 가슴에 허무란 놈 몸부림을 친다.
앙칼진 목소리는 역마다
사람들을 제비뽑듯 가려 썰물처럼 밀어내다
역겨움도 사라지고
여유로움에 기침까지 차창에 묶어 달리다
늙은이 가슴은 창밖으로 내 던진다.
난데없이 중년 남자 큰 절 하더니
숨 쉴 틈도 없이
총알처럼 말을 날려 보지만
싸늘하게 식은 전선은 투항을 알리는 깃발만 간간이 펄럭일 뿐
작은 기대가 가슴에 와 무너진다.
전쟁은 모두 끝난 모양이다
전동차는 아무도 없는 벌판을 성큼성큼 달리다
텅 빈 들녘에 홀로 남은 날 보더니
무표정으로 마지막 역을 돌아
또 허무한 작전을 펼칠 모양이다.
2009.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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