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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無所有의 美/無 空/허무

노파 2011. 5. 13. 09:03

無所有의 美

老波

 

 

내 몸에 맞지 않는

허울의 옷을 벗는다.

 

이웃에게 부담 될까 심보 빼버리고

인생길 무거워 봇짐까지 두고 가니

밥상 위에 푸성귀 놓고 모두 내려놓는다.

 

천정이 무거워

별을 세다 잠들 때

머리까지 무거워 두 개의 메모리를 비워버린다.

 

마음 비고 머리 비어

바람 같이 살아가다

입조차 가벼울까봐 참숯에 지져 삼켜 버린다.

 

無所有 길을 가니

구름도 벗이 되고

바람도 길동무 되어

 

부르튼 발 개울물에 씻어주고

한 끼 두 끼 건너뛰다

옹달샘 퍼마시면 허기는 면하겠지

구름 베고 밤이슬 거적 삼아

하루 밤 편히 잘 수 있어 서럽지 않아

 

흙냄새 좋아 초야에 묻은 몸

배 적삼이 어때

내 몸에 맞는 옷 입었으니 한 세월 가리

2011.1.28

 

 

無 空

老波

 

 

욕심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 길고

입 안에 가시가 시리게 돋는 아침

 

공중에서 잡아 보니

무거워 길게 날지 못해 추락하고

땅에서 잡고 보니

걷기조차 힘들어 넘어지네.

 

돈은 놓아주고

명예도 버리고

갖은 世慾 비워

바람처럼 날아가는 사람아

 

세상 끝 어딘지 몰라도

無․ 空은 가슴에 닿고

가벼운 구름처럼

새털처럼

운명처럼 살다 보면

 

하루 해 지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요

아침의 떠오르는 태양 있어

빈 가슴 차오른다.

2010.5.7

 

 

허무

老波

 

 

우르르 사람들을 몰아가는 출근 길

그 힘에 나도 빨려가다

막다른 골목에서 얼굴이 멈추자

전동차는 문을 날렵하게 닫는다.

 

숨 돌릴 사이도 없이

퍼진 옆구리에 동아줄을 틀어 숨통이 조여 온다.

하루의 시작을 승차권 한 장에 너도나도 몸을 팔아

도시의 그림이 팍팍하다

 

숨구멍만 터놓고도

살아 있다고 하는 허구

텅 빈 가슴에 허무란 놈 몸부림을 친다.

 

앙칼진 목소리는 역마다

사람들을 제비뽑듯 가려 썰물처럼 밀어내다

역겨움도 사라지고

여유로움에 기침까지 차창에 묶어 달리다

늙은이 가슴은 창밖으로 내 던진다.

 

난데없이 중년 남자 큰 절 하더니

숨 쉴 틈도 없이

총알처럼 말을 날려 보지만

싸늘하게 식은 전선은 투항을 알리는 깃발만 간간이 펄럭일 뿐

작은 기대가 가슴에 와 무너진다.

 

전쟁은 모두 끝난 모양이다

전동차는 아무도 없는 벌판을 성큼성큼 달리다

 

텅 빈 들녘에 홀로 남은 날 보더니

무표정으로 마지막 역을 돌아

또 허무한 작전을 펼칠 모양이다.

2009.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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