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수의 별곡
老波
바람이 분다.
구름이 흘러간다.
떠날 수 없는 이 네 몸
야속타
야속하다
바람 불어 어이 하나
임아
내 임아
이 청춘에
바람이 분다.
기왕에 가신임아
고운 정 미운 정 다 가지고 가소
달뜨면 달을 보고
별 나면 어둠속에 나 어이 할까나
임아
내 임아
이 네 청춘에도
바람이 분다.
2011.5.11
사랑의 자국
老波
사랑이 놀다 간 자리
앵두 같은 잔뿌리 내리고
상처 깊은 계곡엔
시푸른 연기 속 아린 냄새만 남아
그대 머물다 간 자리
이불만 뒤척이다 잠 못 이루고
늦은 밤 달빛이 외로워
별빛 촘촘히 빈 가슴에 쏘다진다.
임 떠난 자리
긴 목에 시간이 멈추고
사랑했던 만큼 상처만 남아
달그림자 부둥켜안고
심지에 타오르던 불 꺼질 줄 모른다.
2010.4.10
바람난 오후
老波
천마산이 흘러
팔현리 저수지에 봄빛이 푸르다
잔물결 일으키며 노 젓던 원앙새 뭍에 나와
차 한 잔 마시는 시간
작설차 깊은 향이
코끝을 툭툭 치며
호수 가 섬돌에 자리를 튼다.
무너진 모래시계 세워 놓고
역마살 낀 인대(靭帶) 잘라
봄볕에 던져
젖은 깃털 손질하는데
꽉 찬 공간(空間)을 밀어내는
죽순(竹筍) 같이 알 튼 싹
청정한 골짜기에 연둣빛 눈망울이 튄다.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다
바람난 오후
초혼(初婚)의 행복까지 출렁이는 호수
봄볕아래 행진은 계속된다.
* 팔현리: 남양주시 오남읍에 있는 지명 이름. 이 마을 골짜기에 오남 저수지가 있다.
2009,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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