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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애수의 별곡/사랑의 자국/바람난 오후

노파 2011. 5. 12. 08:30

애수의 별곡

老波

 

 

바람이 분다.

구름이 흘러간다.

떠날 수 없는 이 네 몸

야속타

야속하다

바람 불어 어이 하나

 

임아

내 임아

이 청춘에

바람이 분다.

기왕에 가신임아

고운 정 미운 정 다 가지고 가소

 

달뜨면 달을 보고

별 나면 어둠속에 나 어이 할까나

임아

내 임아

이 네 청춘에도

바람이 분다.

2011.5.11

 

 

사랑의 자국

老波

 

 

사랑이 놀다 간 자리

앵두 같은 잔뿌리 내리고

상처 깊은 계곡엔

시푸른 연기 속 아린 냄새만 남아

 

그대 머물다 간 자리

이불만 뒤척이다 잠 못 이루고

늦은 밤 달빛이 외로워

별빛 촘촘히 빈 가슴에 쏘다진다.

 

임 떠난 자리

긴 목에 시간이 멈추고

사랑했던 만큼 상처만 남아

달그림자 부둥켜안고

심지에 타오르던 불 꺼질 줄 모른다.

 

2010.4.10

 

바람난 오후

老波

 

 

천마산이 흘러

팔현리 저수지에 봄빛이 푸르다

잔물결 일으키며 노 젓던 원앙새 뭍에 나와

차 한 잔 마시는 시간

작설차 깊은 향이

코끝을 툭툭 치며

호수 가 섬돌에 자리를 튼다.

 

무너진 모래시계 세워 놓고

역마살 낀 인대(靭帶) 잘라

봄볕에 던져

젖은 깃털 손질하는데

꽉 찬 공간(空間)을 밀어내는

죽순(竹筍) 같이 알 튼 싹

청정한 골짜기에 연둣빛 눈망울이 튄다.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다

바람난 오후

초혼(初婚)의 행복까지 출렁이는 호수

봄볕아래 행진은 계속된다.

 

* 팔현리: 남양주시 오남읍에 있는 지명 이름. 이 마을 골짜기에 오남 저수지가 있다.

2009,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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