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벽화
장지원
쇠죽 끓여 퍼주고
화로에 잉걸을 담으면
섣달의 긴긴 밤 이야기꽃의 불씨가 살아날 때면
질리게도 문고리 흔들다
그냥 지나치던 바람
그 시절 생각이 난다
군밤 냄새
군고구마 냄새
구수한 향기를 토하던 화로를 생각하며
거꾸로 돌려보는 시간 속의 빛 바란 겨울벽화
언제부턴가 아니라고
토 달고 나오는 현실이 나에겐 가혹할 뿐이다
누런 사진 몇 장 들고
긴 밤을 사려야 하나
세월이 버리고 간 날들을 추스르기조차 버겁다
섣달의 긴긴 밤
높은 산 상고대 내리 피건만
그때, 그냥 지나친
그 바람을 불러
고요를 걷어내는 풍경 소리 들으며
숨소리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겨울벽화
2018.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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