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야, 지구야
老波
은하의 이야기가
졸리는 눈가에서 멀어져가고
여름 밤 개똥벌레
유령의 시골을 떠난 지 오래
강남 제비 가다리던 노인은 백로(白露)에 자리를 뜨고
아무리 애 써 봐도
가슴에 녹아내리는 얼음장
대지가 불덩이 되어
흔들리는 머리조차 가눌 수 없어
자전의 축이 기울더니
공전조차 힘들어
헛구역질을 하다 늘어진 인대
지구야, 지구야
강물은 천년을 흐르고
바람도 거침없이 불건만
저버린 약속 때문에, 내가 미워
분풀이를 하는 자연이
201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