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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유언遺言/시 장지원

노파 2023. 10. 20. 04:40

 

유언遺言

장지원

 

 

좋은 날 받아 가는 길

모든 인연 내려놓고

나 떠나는 날

 

빈소 차리지 말고 2일 장으로

푸른 동강에 뿌려다오

가다가 숨차면 강둑에 앉아

석양에 금빛 윤슬을 보며 행복하다

바다 큰 품에 잠깐 쉬리라

 

서둘러 가는 길도

힘 있을 때 가야, 수월하지

주님께서 이 길을 걸어주신다니 나, 지체할 수 없구나

 

여보, 험한 세상에 혼자 두고 먼저 가서 미안하오

딸, 아들아, 네 날개 아래 바람이 되어 내 사랑 대신하리라

사랑하는 쎄끼로야, 짧았던 시간도 소중하게 간직하렴, 너의 사표師表 되리라

 

나, 좋은 날, 잘 갈 테니……

훗날 우리 하늘에서 만나요

 

202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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