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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낮에 반달/시 장지원

노파 2023. 9. 11. 04:40

 

낮에 반달

장지원

 

 

낮에 반달은

빛도 없고

모양도 없어

누가 쓰다 버린 쪽박 같아

석양이 받쳐보지만, 서쪽에서부터 무너지는 시각

날 저물기 전 떠나야 하는 길

낯선 길의 어둠이 밀물같이 밀려오는 시간

아파할 수만 없는 게

땀 흘려 수고하지 않아도

마음 써 고생하지 않아도

병들어 아프지 않아도

싫거나 미워하지 않아도

속고 속이고 더 가지지 않아도 돼

빈손으로 가도

그곳에선 누구 하나 왜냐고 묻지 않는다

‘누구나 다 가야¹ 하는 나라’

주님께서 먼저 가신 그 나라 하늘나라[天國]

 

<노트> ‘누구나 다 가야¹’: 잠언 16장 4절“여호와께서 온갖 것을, 그 씌움에 적당하게 지으셨나니 악인도 악한 날에 적당하게 하셨느니라”

 

202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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