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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세월의 강가에서/시 장지원

노파 2023. 1. 27. 04:40

 

세월의 강가에서

장지원

 

 

흐르는 물은

사슴의 갈증을 씻어주고

새들의 깃털을 골라주고

버드나무로 춤추게 한다.

그래도 남으면

세월 따라 바다로 흘러간다.

그 유연한 속을 알면

누구든 가는 길 헛되지 않을 텐데

 

세월의 강가에서

잡아 둘 수 없었던 순간들

삶의 짐이 무거울 때도 호젓이 혼자 가는 세월

왠지 서운해질 때

작은 공간에 날 가둬놓고 바람 같이 가버리는 날

휑한 길목에서

잠 못 이루어 아파했던 시간만큼 새벽 여울에서 거칠게 몰아쉬는 숨소리

 

힘들게 잡으려 하기보다

세월의 흐름을 탈 줄 알아야, 삶을 즐길 텐데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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